비가 부슬부슬 내리는 아침부터 사무실 창밖에서 뭔가 두드리는 소리가 난다. 무슨 소리인가 내다보니 건너편 전봇대 밑에서 긴 장대를 든 사람이 전봇대 위를 들쑤시고 있었다. 전봇대 변압기 틈에 까치집을 제거하는 작업을 하고 있는 것이다. 마음이 좋지는 않다. 겨울 추위가 채 가시지 않았던 지난달부터 두 녀석들이 열심히 지어놓은 집인데 강제 철거 당하고 있는 형국이다.
지난 달 초부터 까치 두 놈이 연신 전봇대 위를 드나들고 있다. 사무실 창에서 바로 내려다보이는 전봇대인 탓에 두 녀석의 일거수일투족이 잘 보일 수 밖에 없다. 그 녀석들이 부지런을 떠는 이유는 집을 짓기 위함이다. 부리에는 둥지를 지을 나뭇가지를 비롯해 기다란 형태의 물건들이 물려있었다. 참 부지런한 녀석들인데 안타깝게도 집터를 완전히 잘 못 잡았다.
까치들의 부지런함이 안쓰럽다. 그 녀석들의 헛된 수고를 줄이고자 미리 신고해봐야 다 지을 때까지 기다렸다가 일거에 철거한다고 한다. 짓는 와중에 철거하면 또다시 짓는다는 것이다.
까치집은 1톤 화물트럭 짐칸에 다른 까치집들과 함께 쓸어담겨졌다. 다행히 까치알 같은 것은 보이지 않는다. 아직 알 낳기가 이른 시기일 수 있지만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을 것이다. 조만간 집을 마련하려면 허망함에 좌절하지 말고 정신차려야 한다. 가까운 가로수나 공원 숲의 나무를 선택하기 바란다. 애를 많이 썼지만 어쩌겠는가, 누구를 탓하겠는가, 열심히 살아왔다고 다 보상받는 건 아니지 않는가… 그 녀석들의 허망함이 헛된 인생사를 들여다 보는 것 같아 씁쓸하다.
까치들아 다시 힘내서 열심히 집을 짓도록 하자.
사이비 보수주의자
작성자 :
2018. 02. 04 (20:56)
“보수(保守)”라면 먼저 무엇이 생각나는지 정리해보면 개인의 능력위주 보상, 자유경제주의 신봉, 급진적 혁신보다 점진적 변화, 개인 이익보다 단체(국가)의 이익 우선, 재벌 우대정책, 기득권자의 이익대변, 반공 이데올로기 찬성, 조중동과 같은 보수언론, 자유연맹과 같은 각종 관변단체 들이 떠오릅니다. 그런데 박근혜를 맹목적으로 추종하는 태극기부대와 권력을 이용해 부를 축적하거나 성추행을 범하는 자들, 권력과 재력에 비굴하면서 약자 위에 군림하는 자들, 권력과 재력을 자랑하는 자들, 갑질하는 자들, 충동조절장애가 있는 듯이 약자에게 함부로 버럭 화를 내는 자들… 이런 부류는 보수와는 전혀 관계가 없는 하찮은 인간 군상일 뿐입니다.
저 자신은 보수주의자라고 말하고 있지만 중도적인 입장을 견지하면서 혁신과 변혁을 존중합니다. 개인의 능력 차이를 간과한 평등(역차별)은 원하지 않지만 사회적 약자를 배려하는 제도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식당이나 골프장과 같은 서비스업종에 근무하는 사람들에게 함부로 반말하지 않습니다. 아무리 취중이어도 부하직원을 성추행하거나 함부로 대하지 않습니다. 타인에게 잘못한 죄를 종교에 귀의(歸依)하였다고 모든 죄가 사해졌다고 해괴망측한 고백을 하지 않습니다. 여성이나 특정 취향을 가진 사람들을 혐오하지 않습니다. 자기가 만든 회사와 자기가 일군 재산을 자기 것이 아니라고 거짓말하지 않습니다. 자신의 견해와 다른 다양한 의견을 무시하지 않으며 반대하려고 기를 쓰지 않습니다. 또한 의견이 상충된다고 일부 국회의원들처럼 편가르고 죽기살기로 싸우지 않습니다. 그리고 겉만 번지르르한 보수주의자의 주장보다 진보주의자인 유시민氏의 진솔한 말 한마디가 더 값지다고 여깁니다.
사이비 보수주의자들은 과거 청나라 침탈과 일제 강탈 직전의 백척간두에 선 위란(危亂)에서도 국가와 민족이라는 대의를 저버리고 편협한 신념과 사익을 위해 나라를 망하게 했습니다. 정의로운 길을 버리고 사사로운 이익을 위해 위증하고 배신과 가식으로 부를 축적한 매국노의 후손들 때문에 지금 현시대에 이르기까지 국민적 대통합이 이루어지지 않는 것 같습니다.
사이비 보수주의자들을 철저히 가려내야 합니다. 이성적이고 합리적이며 균형감각을 갖춘 훌륭한 분들이 정치를 하셔야 하고 사회 곳곳에서 저질러지고 있는 잘못된 관행을 타파하여 정의로운 시대정신을 세우고 키워나가야 합니다. 잘못된 과거 행적이나 한 순간의 실수를 솔직히 고백하는 용기가 있어야 용서를 받을 수 있습니다. 옳다고 생각한 신념이 잘못된 것으로 밝혀졌다면 오류를 시인하고 바르게 잡아나가면 됩니다. 잘못된 관행과 그릇된 신념을 되풀이 하겠다는 자들이야 말로 사이비 보수주의자이며 대한민국을 분열과 파멸로 이끄는 벌레만도 못한 자들입니다. 또한 편협한 시각으로 국민을 이분법으로 나누는 자들도 자신의 신념이 옳지 않다는 것을 깨달아야 합니다. 대한민국의 한 하늘 아래에 살고 있는 한, 좁다면 좁은 땅덩어리에서 서로 사이좋게 살았으면 좋겠습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서로 헐뜯고 싸우지 않아야 합니다. 특히 사이비 보수주의자들이 자신의 과오를 인정하고 우국충정의 진정한 보수주의자로 새롭게 탈바꿈하여 후세에 길이 존경 받기를 바랍니다.
저도 고백하건대, 교회에 다니는 분이고 경제를 잘 안다는 이유로 표를 주었고, 미혼이기 때문에 사심없이 나라를 위해 일할 수 있다는 한마디에 표를 주었고, 취중에 갑질을 여러 번 했었고, 반대의견을 가진 사람을 이해하려 애쓰기보다 거리를 둔 적이 많이 있었습니다. 반성합니다.
그리고 끝으로, 성조기는 흔들지 말아주었으면 좋겠습니다. 미국은 우리의 우방이지만 우리가 미국의 속국은 아닙니다. 힘센 친구를 둔 것은 좋지만 힘없는 사람처럼 굴지 마세요. 창피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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